술 한 잔에 더한
‘맛있는 개성’
HIGHBALL 하이볼

즐거운
문화 읽기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술은 단연 ‘하이볼’이다. 저마다의 취향과 개성을 살려 다채롭게 제조할 수 있는 데다가 소주·맥주 등보다 맛있고, 언제나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있어 보이는 분위기’까지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음주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달콤하고 상쾌한 풍미로
젊은이들의 트렌디한 술로 자리 잡은 하이볼.
그 가파른 성장곡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인기 고공행진 중인 위스키 칵테일

하이볼은 위스키를 베이스로 삼는 칵테일의 일종으로, 누구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얼음을 채운 잔에 위스키를 일정량 따른 뒤 탄산수나 토닉워터를 넣고 잘 섞으면 완성. 레몬 혹은 라임으로 상큼함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MZ세대에게 있어 하이볼은 소주, 맥주, 막걸리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컨슈머 정보분석기업이 국내 성인 남녀 7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43%가 ‘현재의 높은 인기를 인식해 하이볼을 선택한다’라고 답했으며, 23%가 실제로 한 달 사이 하이볼을 한 잔 이상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58%가 ‘지금의 하이볼 인기가 앞으로 최소 2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 예측, MZ세대의 유별난 하이볼 사랑을 실감케 했다. 대세 주류로 급부상한 만큼 하이볼 레시피도 활발하게 공유된다. 하이볼을 만들어 먹으면 더욱 맛있는 위스키 리스트는 물론 얼그레이, 복분자, 과일청 등 각종 재료를 활용한 하이볼 제조법이 인터넷과 SNS에 넘쳐난다. 주류 업체들도 이에 호응해 굳이 여러 재료를 구매하고 비율에 맞춰 섞지 않아도 캔만 따면 바로 즐길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하이볼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솔의눈, 실론티, 미에로화이바 등 기존에 판매하던 음료를 위스키와 섞은 제품도 출시, 하이볼을 즐기는 MZ세대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MZ세대의 이유 있는 하이볼 사랑

사실 하이볼은 인공 탄산수가 개발된 18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유서 깊은 칵테일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소소하게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MZ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기간은 2년여에 불과하다. 그 출발점에는 코로나19가 존재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 세계적 팬데믹은 우리의 생활 양식과 사회적 분위기, 개개인의 성향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만남이 단절된 사람들은 집 안에서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나섰으며, 이는 홈트레이닝, 홈카페, 홈바 등 다양한 형태로 실현됐다. 집에서 홀로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도 그중 하나다.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고 술을 마실 수 있게 되자, 내심 소주, 맥주,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던 이들은 와인과 위스키로 눈을 돌렸다. 와인과 위스키는 색다른 술맛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음주 문화에 다양성을 더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 또한 누군가 만들어서 제공하는 술이었다. 팬데믹 속 개별 생활을 거치며 개성과 취향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된 MZ세대는 더욱 개인화된 맞춤형 술을 꿈꾸게 됐으며, 이러한 열망은 자연스럽게 취향에 맞춰 제조가 가능한 하이볼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붙었다. 기존 주류보다 맛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며, 술자리에 특유의 감성을 더할 수 있다는 점도 MZ세대를 하이볼의 세계로 이끄는 데 한몫했다.

기분 좋은 술자리의 소소한 사치

하이볼은 MZ세대가 추구하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즉 소소한 사치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팬데믹에 이어 미·중 신냉전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악재가 겹치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불확실성이 증가하자, MZ세대는 일상 속에서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사치로 현실에 지친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급 색조화장품과 프리미엄 향수 매출의 증가, 특급호텔의 수십만 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 완판 등이 이를 방증한다. 소주, 맥주보다 값이 더 나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장이 텅 빌 정도는 아닌, 분위기 좋은 식당과 술집에서 비싼 주류로 분류되는 하이볼의 인기도 소소한 사치를 즐기는 MZ세대의 소비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음주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달콤하고 상쾌한 풍미로 젊은이들의 트렌디한 술로 자리 잡은 하이볼. 그 가파른 성장곡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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