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그 이상의
‘스마트 그레이’

즐거운
문화 읽기

현재의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여유로운 경제력으로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스마트하고 자신감 넘치는 시니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상은 이들을 ‘스마트 그레이(Smart Gray)’라 부른다.
참고 도서. 《라이프 트렌드 2024》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스마트 그레이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니어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시대 흐름의 중심에 선 시니어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라는 잡지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매거진으로, 1954년 창간 후 지금껏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남성이 주 독자층인 이 잡지는 매년 여름 수영복 특별판을 내놓는데, 2023년 여름에 등장한 4명의 여성 모델 중 유독 한 명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81세 사업가 마샤 스튜어트가 그 주인공이다. 성인으로서 살아온 시간이 나머지 3명의 총합보다 많은 그는 젊은 모델 못지않은 건강미와 장년층 특유의 연륜을 모두 뽐내며 시니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속 시원하게 깨트렸다. 우리 주변에도 마샤 스튜어트와 같은 시니어가 늘어나고 있다. 자녀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능력, 건강한 심신과 활동적 성향, 높은 교육 수준과 디지털 적응력을 두루 갖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유형의 실버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청년들의 유행과 문화를 존중과 포용의 자세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오히려 새로운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나아가 여유로운 경제력과 적극적인 도전을 바탕으로 청년들이 따라 하는 유행을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좋은 소재와 절제된 디자인으로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 패션 트렌드인 ‘올드머니 룩’이 대표적인 사례다.

머무름 대신 진화를 택한 ‘스마트 그레이’

사람들은 현재에 뒤처지지 않는 이 시대의 핵심 소비층이자 트렌드 세터 역할을 맡고 있는 활동적인 시니어들을 ‘스마트 그레이(Smart Gray)’라 부른다. 단순히 똑똑한 노인이라는 의미를 넘어 경제적, 기술적, 문화적인 측면에서 기존의 노인보다 진화한 모습을 선보이는 장년층을 일컫는다. 이들의 활동 영역에는 한계가 없다. 최근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는 시니어 모델 김칠두는 65세에 모델 일을 시작, 7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잘 관리된 시니어의 매력을 널리 선보이고 있다. 50년 이상 일하며 홀로 2남 1녀를 키운 뒤 2016년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한 박막례는 구독자 119만 명을 모으고, 자신의 이름으로 출시한 메뉴로 홈쇼핑에서 13억 원 매출액을 달성하는 등 다양한 도전과 꾸준한 노력으로 제2의 화려한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일반 시니어들도 활력 넘치는 일상을 실현하고 있다. 청년들처럼 데이팅 앱을 활용해 꾸준히 새로운 만남을 갖는가 하면, 멋진 몸을 만들어 바디 프로필을 촬영하기도 한다. 그간 우리가 ‘노인’하면 떠올렸던 돋보기 안경을 쓰고 더듬더듬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모습, ‘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며 요즘 세태를 평가 절하하는 소위 ‘꼰대’ 같은 모습은 스마트 그레이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청년들보다 더욱 활기차고 의미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존재 이유이자 미덕이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니어의 시대’가 온다

한편 80대 이상 노인 중 중장년층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춘 이른바 ‘슈퍼 에이저(Super Ager)’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기억력이나 인지 능력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지만, 이를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는 언어 능력, 이해력, 통찰력, 공감력 등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스마트 그레이들이 지향하는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트렌드 및 국제 비즈니스 전략 분야 전문가로 유명한 와튼스쿨 국제경영학 교수 마우로 기옌은 그의 저서 《2030 축의 전환》을 통해 “2030년 노인의 구매력이 2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나이 든 소비자가 경영의 지평을 새롭게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스마트 그레이들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니어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