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이야기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다. 언론에서는 이미 한 달 넘게 이어지며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집중호우에 대한 보도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매년 우리 곁을 찾아오는 장마, 우리는 과연 장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출처. <장마백서 2022> 기상청 <머릿속에 쏙쏙! 기상·날씨 노트> 가네코 다이스케 저 ┃시그마북스 식품의약품안전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

장마의 의미는?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우리에게 먼저 찾아오는 계절 손님이 있다. 바로 ‘장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장마를 ‘여름철에 여러 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로 정의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이 떠올리는 장마의 이미지 역시 이 사전적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기상학적으로는 보다 정교한 개념이 숨어 있다.
기상학에서 장마는 단순히 오래 비가 오는 현상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정체전선이나 전선을 동반한 이동성 저기압에 의해 비가 내리는 현상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장마는 복잡한 대기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 전선이 지표면 가까이에 머무르며 발생하는 강수 현상이다.
장마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 유사한 형태의 장마가 나타난다. 명칭 역시 유사하다. 중국에서는 장마를 ‘메이유(梅雨)’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도 ‘바이우(梅雨)’라는 표현을 쓴다. 두 단어 모두 ‘매실비’라는 뜻으로, 매실이 익는 시기인 5월과 6월에 내리는 비에서 유래했다. 우리말 ‘장마’는 한자 ‘길 장(長)’과 고어에서 비를 뜻하는 ‘마ㅎ’가 결합된 표현이다. 즉, ‘오랫동안 내리는 비’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명칭만으로도 장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해마다 달라지는 장마, 그 이유는?

매년 장마의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어느 해는 유난히 늦게 시작되거나 갑작스레 끝나고, 또 다른 해에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기도 하다. 장마철의 모습이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장마를 유발하는 다양한 기상 요소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장마는 기본적으로 전선에 의해 발생한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 덩어리인 기단이 만나 경계선을 형성하는데, 이 경계선이 지표면과 맞닿은 부분이 전선이다. 장마철에 나타나는 ‘장마전선’은 두 기단이 한 자리에 머무는 현상인 정체전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충돌하면서 장마전선이 형성된다. 이 전선의 위치는 매년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기단들의 세력 차에 따라 장마전선이 북상하거나 남하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장마의 시작 시점, 지속 기간, 강수의 양과 형태가 해마다 달라진다. 여기에 중규모 저기압이 더해지면 예측이 어려운 국지성 호우나 집중호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장마의 변화는 단지 우리나라 주변 기상 상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전 지구적인 기후 요소들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해수면 온도의 변화가 있다. 예를 들어, 적도 부근이나 북태평양처럼 먼 지역의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거나 낮아지면, 대기 중 파동이 발생하면서 바람의 흐름과 구름의 이동 경로에 영향을 준다. 이는 장마철 비의 양과 분포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도 장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면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고, 이로 인해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1℃ 오를 때마다 장마철 강수량은 약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매년 다른 양상을 보이는 장마는 기단 간의 힘겨루기, 해수면 온도의 전 지구적 변화, 그리고 기후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서로 얽혀 나타나는 결과다.

장마철 음식 관리법은?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식중독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올라가는 이 시기에는 세균이 빠르게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재료의 보관과 조리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부분의 세균은 10~40℃에서 활발하게 증식하며, 특히 실온에 음식물을 방치할 경우 단 2시간 만에 수만 마리로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배달음식은 받는 즉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며, 2시간 이내에 먹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장마철 음식 관리를 위해 4℃ 이하에서 보관, 75℃ 이상에서 조리, 어패류는 85℃ 이상에서 가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음식물 내부까지 충분히 익혀야 세균을 사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별 세부 관리법도 중요하다. 쌀, 밀가루, 견과류는 습도 60% 이하, 온도 10~15℃ 이하의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고,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쌀은 마늘이나 생강을 함께 보관하면 항균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밀가루는 반드시 밀봉해야 한다. 견과류는 1회분씩 소분 보관해 산패를 방지한다. 채소류도 섬세한 보관이 요구된다. 콩나물은 지퍼백에 넣어 구멍 하나를 뚫어 냉장보관하고, 피망과 고추는 색이 진한 제품을 골라 밀폐용기에 넣는 것이 좋다. 호박은 밀폐용기나 신문지로 감싸 공기와의 접촉을 줄여야 한다. 육류와 어류는 더욱 철저한 온도 관리가 필요하다. 생선은 소금을 뿌린 후 냉동 보관하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넓게 펼쳐 겹겹이 랩으로 감싼 뒤, 지방이 위로 향하도록 보관한다. 적정 온도는 0℃ 이하가 권장된다. 유제품은 지방 함량이 높아 산패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