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넘어 ‘평생 현역’으로
시니어의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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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찾는 시니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른바 ‘시니어 일자리 붐’은 기대수명 증가, 부양인구 감소, 높은 노인 빈곤율 등을 이겨내고 경제적 여유를 일구기 위해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끊임없는 자기 개발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능동적 시니어 트렌드로 발전하고 있다.
출처. KB경영연구소 <120세 시대, 장수혁명이 가져올 미래>, 2024.07.
한국노인인력개발원 홈페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니어 일자리는 단순 노무형 공공 근로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었다. 하지만 시니어 일자리 문제의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면서,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모두에게 중요한 시니어 일자리

2024년은 시니어 일자리에 있어 상징적인 해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보다 200만 명 이상 많은 2차 베이비부머(1964~1973년생) 세대가 법적 정년인 60세에 순차적으로 진입하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기 직전의 시기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퇴직 후의 시니어 일자리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국제연합(UN)의 ‘2022년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남성 79.9세, 여성 85.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훌쩍 넘어섰다. 퇴직 전까지 사회생활한 기간 이상을 시니어로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30~40년을 지낼 정도로 재산을 축적한 시니어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23년 12월 기준 40.4%로, OECD 평균인 14.2%의 3배에 가깝다.
한편 시니어의 은퇴는 우리나라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준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2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올해부터 차례대로 퇴직한 뒤 그대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4%p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시니어의 경제 활동은 시니어 개개인의 경제 여건 개선은 물론 기업 성장, 시장 활성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덕목인 것이다.

시니어 일자리에 더해지는 다채로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니어 일자리는 단순 노무형 공공 근로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었다. 하지만 시니어 일자리 문제의 사회적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면서,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속속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정비 중이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 제조사는 정년퇴직을 앞둔 생산직 직원이 원할 경우 신입사원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고 2년간 더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경북 소재의 한 병원은 정년퇴직 후 첫해에는 3년, 이후에는 1년씩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이 70세까지 병원과 함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시니어를 인턴으로 고용하는 기업에 인건비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시니어 인턴십 사업도 활성화되고 있다. 단순 노무형 공공 근로와 달리 시니어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 노하우를 살릴 수 있어 업무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시니어 인턴십 사업 참가자들의 이야기다. 실버 카페 등 시니어들이 주체적으로 자립 기반을 만들어가는 민간형 시니어 일자리도 증가하는 추세다. 시니어들이 소속 매장 및 사업단의 운영과 관리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일자리는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있다. 자신의 재능으로 사회에 공헌하며 수익과 보람을 동시에 거두는 사회 공헌형 시니어 일자리, 숲 해설, 캘리그래피, 목공 등의 취미에 노력을 더해 업으로 삼는 취미형 시니어 일자리 등이 대표적 사례다. 건강하고 의지만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일할 수 있는 세상. 우리는 ‘평생 현역의 시대’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